2011/11/21 01:34
2011년 11월 21일 12시를 기준으로 셧다운제가 발효되었다. 이제 대한민국 청소년은 밤 12시에서 새벽 6시까지 온라인 게임을 할 수가 없다.

여가부, 게임업계 모두 주판알을 튕겨서 나온 결과가 이것일 것이다. 여가부 입장에서는 본인들이 명분을 갖고 추진하던 정책을 성공시켰고 게임업계는 있지도 않았던 시스템을 만들어 가면서도 군말 없이 셧다운제를 시작했다. 아마도 게임업계는 부모들의 인식과 여론의 공격, 만약 반기를 들 경우 취해질 실질적인 행동(세무조사 등의 기업 압박조치)을 감안했을 때엔 셧다운제를 준수하는 것이 이득이라 판단했을 것이다.

과연 여가부가 원하는 것이 무엇일까. 변변치 않은 몇 가지 생각을 해본다.

* 돈(세금이든 기금이든)
사실 많은 개발자들이 여가부 정책에 대해 가장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이 '게임중독 예방 기금' 징수에 대한 것이다. 근데 사실 여가부가 원하는 것이 쌈짓돈이라면 사실 업계에겐 가장 행복한 상황이다. 잃을 것과 얻을 것이 너무나도 명확하기 때문이다. 그냥 (암묵적인)협상을 통해 서로의 요구가 일정 부분 충족하는 상태로 타협하면 된다. 여성부에겐 많은 돈이 필요한 게 아니다. 어차피 국가기관은 돈을 벌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표면적으로는 국민과 국익을 위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는 게 있으면 오는 게 있는 법. 협상이 만족스럽게 된다면 여론과 주무부처가 게임업계를 위해 힘써줄 수도 있다. 여론이 게임에 대한 긍정적인 홍보를 하게 되고 여가부가 더 이상의 규제를 원하지 않는다면 지금 당장은 힘들겠지만 결과적으로 시장을 더 키울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종합하면, 난 차라리 여가부에서 원하는 것이 돈이고 그 수준이 부처 유지를 위한 수준이라면 업계가 가장 반겨야 할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 명분
국가기관은 그 기관의 존립 목표와 명분에 의해 생사가 결정된다. 정보통신부가 왜 없어졌는지 생각해보자. 여가부가 원하는 것이 '우리 아이들을 나쁜 유해매체로부터 지켜내고 공부만 할 수 있는 환경을 부모 대신 만들어 주는 기관' 이라는 이미지를 얻는 것이라면, 이것은 철저히 다음 정권에서도 부처를 존속시키기 위한 전략이라고 보면 될 것이다. 여가부가 생기고 솔직히 여태까지 해온 것 중에 칭찬받은 일이 있었나. '셧다운제'는 그들이 실질적인 지지층을 갖고 추진한 정책이다. 이것은 '아이들이 잘 시간에 딴짓 안 하고 푹 잘 수 있게 국가가 도와줬으면 좋겠다' 라는 명분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들의 전략이 성공하면, 게임 업계는 다음 정권에서도 쉽지 않은 고난의 길을 걷게 될 것이다. 규제는 더욱 늘어날 것이고 업체의 신작 타겟은 청소년보다는 성인에 초점을 맞추게 되어 신규 게이머를 유입하기 어려워질 것이다. 

이것도 사실 작은 기업들은 큰 문제가 안 된다. 그들에게는 장기적인 안목이 중요한 게 아니라 지금의 매출 신장이 중요하기 때문에 실제 구매력이 있는 성인을 타겟으로 잡아서 제품을 출시할 확율이 높으니까. 다만 장기적으로 신규 게이머의 유입이 줄어들면서 시장이 축소되고 활로를 잃어버리는 악순환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국민적 공감대가 지속된다면 산업의 미래는 어둡다.

* 사실 제일 중요한 것
얼마전에 김택진 사장님이 트윗을 통해 "기업은 사회와 경제의 인정 속에 존재한다" 라는 구절을 인용해 기업의 존재 이유과 조건을 말한 적이 있다. 기업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존립이고, 존립하는 방법중 가장 많이 알려진 것은 이윤 추구이다. 하지만 영속적인 기업이 되기 위한 조건은 그 기업을 이용하는 사회와 경제로부터 인정과 사랑을 받는 것이다.

한동안 게임업계는 초심을 잃고 매출 드라이브를 통한 양적 성장에 중점을 뒀다. 경영진이 요구하는 목표 매출을 위해 도박과도 비슷한 갸차폰 아이템을 아무렇지 않게 추가하지 않았던가. 지금의 부정적 인식과 시선은 게임업계가 그동안 제공한 서비스로 인해 생긴 부분도 분명 있다. 사회에서 게임업계에 워닝 사인을 보내는 것이다. 그러므로 업계는 피드백을 통해 반성할 것은 반성하고 사회가 게임 업계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알 필요가 있다. 그리고 원인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아야 할 것이다.
Posted by 해키스트
2011/11/15 00:17
결국 집 계약이 되었다. 예상과는 약간 다른 상황이 되었지만 그래도 마음이 좋은 이유는 덕분에 정말 믿을만한 사람을 만났다는 희망이 생겼기 때문이다.

이제 내가 고려해야 할 부분은 단 하나다.

"어떻게 하면 더 훌륭한 무언가를 만들 수 있을까" 
Posted by 해키스트
2011/11/13 00:07
여리박빙. 살얼음을 밟듯이 매우 조심하라는 의미의 고사성어이다.

작년 추석에 고등학교 친구들과 은사님들이 모여 동창회를 했을 때, 존경하는 한 은사님께서 우리에게 꼭 알려주고 싶은 고사성어라며 말해주셨다.

인생을 오래 살아보니 세상에서 어떠한 일을 해 나갈 때, 언제나 조심조심 생각하고 또 생각하며 결정하라는 의미였다.

나는 지금 엔씨소프트를 떠나서 새로운 팀에서 게임을 개발하고 있다. 그 곳에 간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결론은 내 손으로 대박을 내서 성공하고 싶다는 목표가 생겼기 때문이었다. 나는 그 목표를 엔씨에서 하기 힘들다고 생각했고, 뜻이 맞는 개발자들과 함께하여 목표를 향해 도전하기로 했다. 많은 부분에서 시행착오가 있겠지만 나는 내가 하는 일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고, 내 손으로 게임을 만들어 성공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있었다. 사업을 진행하고 게임을 만드는 데에서 오는 두려움은 전혀 없었다. 

하지만 두려움은 엄한 데에서 엄습했다.

나는 지금 결혼을 준비하고 있다. 내년 2월이면 한 남자의 남편이 되고 한 가족의 가장이 된다. 그것을 위해서 집을 알아보던 차에 괜찮은 집이 보여서 전세 계약을 했다. 원래 전세 계약을 할 때에는 내가 살고 있는 방의 전세를 빼고 다음 전세를 받기 마련인데, 나는 내 방이 전세 원룸이기 때문에 쉽게 빠지겠거니 의레 생각하여 1달도 안 되는 시일로 덜컥 계약을 해버리고 말았다.

이것이 큰 실수가 될 줄은 그 때에는 알지 못했다.

당연히 쉽게 나갈 것 같았던 내 예상과는 달리 방은 쉽게 빠지지 않았다.  무려 2주일에 가까운 시간이 될 때 까지 방을 보러 오는 사람들은 많았지만 실제로 계약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 때 나에겐 불현듯 불안감이 엄습했다. 자칫 25일까지 계약이 되지 않으면 나는 고액의 계약금을 고스란히 날릴수도 있겠다는 불안함이었다.만약 회사에 있을 때였다면, 주변에 지인들을 통해서 돈을 구하고 안 되면 대출을 통해서도 이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누구에게도 부탁하기 힘들고 어느 것에서도 보호받지 못하는 상태이다.

아 내가 생각했던 의지와 두려움은 사실은 아무것도 아니었구나. 예측하지 못했던 부분에서 차분히 문제를 생각하고 당당하게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진짜 도전이구나. 나는 도전과 두려움에 대해 너무 쉽게 생각했었구나. 이런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

내가 지금 이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일들은 무엇인지 생각해 봤다.

1. 우선 혹시라도 계약이 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서 돈이 많을 것 같은 지인에게 전세자금 차용을 의뢰한다.
2. 방이 잘 나가려면 방을 깨끗하게 청소해야 한다. 항상 방을 깨끗하게 청소하고, 토요일(12일) 오전에는 대 청소를 통해 방 상태를 최상의 상태로 만든다.
3. 여러 부동산을 통해서 방을 내 놓는다. 주인 아저씨가 인터넷에 방을 올렸다고 하는데, 신뢰하기 힘드니 아는 채널을 총 동원하여 나도 방을 내보자.

생각을 하고 수행해 보기로 했다.
 
이번주 초에 1번을 수행했다. 정말 감사하게도 그 분께서는 그 큰 금액을 본인의 마이너스 통장을 사용하면서까지 빌려주겠다고 하셨다. 정말 고마웠다. 이런 분이라면 앞으로 믿고 함께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이것 만으로도 많은 근심이 줄어들었지만, 나는 결혼을 준비하고 있고 마이너스 통장을 조만간 없앨 예정이었기 때문에 만약 그분에게 돈을 빌리고 방이 오랜 시간동안 빠지지 않을 경우 현금흐름에 큰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었다. 따라서 두려움이 사라지지 않았다.

이번주 내내 2번을 수행했다. 아침마다 청소를 하고, 지난주에 방이 나가지 않았던 이유가 홀아비 냄새(?)도 한몫했을 수 있다는 여자친구 의견을 수렴하여 출근하기 전에 집에 늘 향수를 뿌려두었다.  그리고 오늘 오전, 최선을 다해 방을 청소했다. 잡동사니를 모두 보이지 않는 곳에 보내고, 모든 부분의 먼지를 털어내고 걸레질을 했다. 락스를 이용해 화장실을 전부 닦았고 온 힘을 다 해서 방을 깨끗이 청소했다. 오늘 방을 보신 분이 오늘 당장 계약을 하려고 했던 것을 보면 2번이 그 고객에게도 좋은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사실 부동산에 대해서는 할 말이 좀 있는데, 간단하게만 말하자면 '네트워크 부동산'을 잘 알아둬야 한다는 것이다. 인정이나 의리에 의해 아는 부동산에 내놓지 말아라. 어차피 부동산에는 네트워크가 있는데, 그 네트워크의 허브 역할을 하는 부동산이 가장 일을 잘 한다. 그런 부동산을 알아두는 것이 제일 중요하며, 이것은 인터넷에 올리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수준의 능력을 발휘한다. 이번주 수요일에 우연히 아는 분을 통해서 그 네트워크 부동산을 소개 받았는데, 오늘 바로 그 부동산을 통해서 2명의 고객을 확보했다. 잘 하면 월요일에 방이 계약되고, 만약 되지 않으면 12월에 계약이 가능하다.

결과적으로 아직 계약은 되지 않았지만 어쨌든 그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고 좋은 전략을 세워서 공략하면 성과가 보인다는 점을 체험했다는 점에서 많은 교훈이 되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러한 일을 겪는 참사를 미리 방지하는 것이 최고라는 것이다. 앞으로는 어떠한 결정을 하기 전에 결정에 필요한 모든 데이터에 대해 의심하고, 예측 불가능한 요소를 쉽게 생각하여 고생하지 않도록 항상 살얼음을 걷듯이 살아야겠다. 
Posted by 해키스트